우리 동양 철학계는 눈에 보이는 것들, 물질적인 것, 이발 - 형이하자 - 기에 너무 얽매여 있다. 그런 속류 유물론적 발상은 쉽사리 리나 기같은 형이상학적 개념들을 현상 사물처럼 보게 만든다. '리발'의 ,'밝'을 '운동움직임'이라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발상은 비유와 유추, 은유 등 수사법으로 나가게 된다. 형이상학을 엄밀한 논리적 추론으로 건설하지 않고, 수사법으로 간 극단에 상호 주재론이 있다. 이상익 선생이 그리는 성리학은 리와 기 등의 요정이 세상을 만들고 움직이는 동화이다. 낡고 딱딱한 판타지 문학이다. 상호 주제론은 뿌리가 이이에 있다. 이이는 심기학을 성리학인 것처럼 보이려 한다. 서로 반대되는 두 사상을 어떻게 하나인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가? 그 방법은 관점주의이다. 이렇게 보면 A이고, 저렇게 보면 -A라는 것이다. 서로 모순되는 것이 한 틀로 들어간 것이다. 이이의 후예들, 특히 인조 이후의 조선의 주류 철학은 이이가 만든 낡은 동화의 우물에서 빠져나오지 못 한다. 관점주의로 모순 합리화하기, 논증을 비유로 대치하는 것, 논리 대신 수사법으로 빠지는 것 등등에서 더 나아가 구절 하나 제시하는 것으로 증명을 했다고 하는 구절주의도 나타난다. 구절주의는 훈고학의 타락된 형태이다. 이런 식의 퇴화의 끝에서는 성은 스스이고 심은 제자라는 둥, 리와 기는 부부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는 등, 싱거운 동화들도 나온다. 이런 이야기가 여전히 우리 동양 철학계의 주류 이론이다. 나아가 국사학계에서도 그런 것을 답습한다. 정병삼 선생이 설명하는 이황은 전형적으로 이이학파의 생각 그대로이다. '이원론적 일원론'이라는 모순, 이이가 조선 성리학을 만들었다는 것 등이 다 그것이다. 이제 논쟁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성리학의 형이상학 시론'과 '성리학의 형이상학 도론'이라는 자매편으로 그것을 마무리하고 싶다. 이 두 책은 궁극적으로 '성리학의 형이상학'을 새롭게 설명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저자소개
손영식
1956년 전남 영암 출생. 서울대에서 학부 석사 박사. 현재 울산대 철학과 교수이다. 주요 저서로 『이성과 현실 - 송대 신유학에서 철학적 쟁점의 연구』, 『남명 조식의 철학 사상 연구』, 『조선의 역사와 철학의 모험』, 『혜시와 공손룡의 명가 철학』, 『성리학의 형이상학 시론』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