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선사시대부터 우리의 선조들이 생활의 터전을 삼았던 곳으로 그 삶의 흔적을 반구대암각화라는 수백 점의 희귀한 그림으로 새겨 놓은 선사문화의 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고장이다. 또 울산은 삼국이 정립하던 시기에 고구려와 일본에 볼모로 잡혀갔던 눌지왕의 두 아우를 구출하기 위해 일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헌신하다가 결국 일본 땅에서 신라인의 기개를 뽐내고 불에 타 죽었던 박제상과 그의 아내 및 딸들의 애화가 남아 전하는 치술령과 망부석, 은을암, 치산서원의 유적이 남아 있는 유서 깊은 지역이다. 또 울산은 통일신라시대에 발생한 처용가와 관련한 처용 이야기와 망해사 연기설화가 전해지는 전설의 고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가의 도읍이 이웃한 경주에서 한반도의 중앙 지역으로 옮겨간 고려시대 이래로 울산은 도성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으로서 변방에 소재한 유배지의 하나로 인식되거나, 해안지대에 자주 출몰하여 주민을 괴롭히던 왜구의 근거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왜적 방어의 최전선으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울산은 일본통신사가 왕래하는 통로 중의 하나로 간주되거나 국가와 왕실에서 필요로 하는 말을 공급하는 목장 중의 하나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이런 역사적, 지정학적 내력을 지닌 울산은 오늘날에 다시 대한민국의 산업수도로 역사에 새롭게 등장하기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이나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존재하였던 고장 중의 하나였던 게 사실이다. 물론 울산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경승만큼은 여타의 어느 곳과 비교하거나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게 그 빼어남을 자랑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자연 환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의 생활 모습은 이곳을 찾은 전국의 시인묵객들과 이곳에 거주하는 선비들에 의한 한시로 형상화된 것이 적지 않다. 그 한시속에 담겨진 이 지방의 경승과 이 지역 사람의 생활 모습을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살펴본 것이 이 책이다.